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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H마트에서 울다

by 짜오푸신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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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문학동네

책을 써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얼마나 엄마를 떠나보낸 아픔과 충격이 절절하고 어떻게 하면 지난 시간들을 속죄할 수 있을지 그 절박함의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감정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감되며 읽힌다는 사실에 더욱 슬펐다. 수필이지만 소설같이 흥미진진하게 잘 읽히는 책이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도 엄마를 떠나보내며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책을 썼는데, 둘의 차이점은 뭘까? 보부아르는 죽음을 직면하며 그 순간까지도 삶과 죽음을 분석하려는 냉철함, 그리고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 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탁월했다면 이 책은 어린 딸이 엄마와의 애증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아픈 엄마를 살려보려고 끝내 행복하게 떠나보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따뜻함이 추억의 요리들과 함께 담겨 있다.





뒷부분에 엄마의 죽음 이후 남아 있는 가족들의 삶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슬프기도 우습기도 하며 많은 부분 공감 되었다. 3년 전 엄마를 보내고 첫 명절 때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 여행을 갔을 때가 떠올랐다. 숙소를 잡고 방을 배정하는 것부터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일까지 엄마가 계실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던 것들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괜히 주눅이 들고 남들의 시선이 의식되며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그전까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한 부모 가정을 보며 아, 연로하신 부모님을 두 분 다 모시고 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특히 딸에게 엄마의 의미는 뭘까? 살아계실 때는 감사하게 느낄 수 없었던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이제서야 아쉬워하는 이유는 뭘까? 40년이 지나도 50년이 지나도 어느 순간 폭발적인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이길래, 과연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그리움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