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38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 온 단숨에 읽고 실천으로 이어진 마음 아픈 책. 책의 부제가 책 내용의 전부다.'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인간이 개들에게 동물들에게 저지르는 잔인함이 너무 충격적이다. 펑펑 울 정도로 미안했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을 먹는다는 '육식'이라는 잔인한 사실에 또 울었다. p.247사람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모든 동물은 먹어도 된다, 사람만 안 먹으면 된다, 이런 생각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게 인간 말고는 다 잡아 죽이자는 말과 뭐가 다릅니까? 그게 다른 종을 대하는 우리의 도덕입니까? 인간은, 우리는, 그래도 되는 걸까요?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가, 감정을 느끼고 사리 분별을 하는 동물에게 행하는 인간의 잔인함, 도대체 얼마나.. 2024. 9. 3. 수학의 위로(geometry of grief)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4년이 흘렀다. 무덤덤하게 사는 것 같지만 매일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장례식을 마치고 몇 날 며칠을 온몸이 아플 정도로 끝없이 울던 그 비통함은 조금씩 희석되는 모양이다. 아침 뒷산을 오르다 갑자기 선선해진 가을날씨에 그만 엄마가 떠올랐다. 가을 보름날 태어나신 엄마,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 슬픔의 종류는 무엇일까? 더이상 의지할 곳 없는 처절한 외로움 때문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흘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근원적인 고독과는 다른 종류였다. 한 존재가 있다가 사라진 뒤 겪는 실체가 분명한 고독이었다. 누구로도 대체 불가능한 외로움에 산을 내려오며 펑펑 울었다. 목이 먹먹하게 메여오길래 그냥 울자 싶어 울었더니 후련했다. 울고나니 이상하게 .. 2023. 9. 1.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순백의 여백- '알래스카 한의원'을 읽고 흔히 갈 수 없는 장소에 쉽게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는 업종,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는 호기심을 팍팍 불러일으킨다. 장르를 모르고 제목만 얼핏 봤을 때 알래스카에서 개원한 한의사 수기인가 싶었다. 수필이건 소설이건 재밌을 거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게 됐는데 가제본에 담긴 내용은 완결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소설을 사서 읽을 걸 후회가 될 정도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는데도 결말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대단히 슬프다. 물론 소설을 사서 읽을 의향이 있다. 개 산책을 시키다 접촉사고 후유증으로 지긋지긋한 손목 통증을 앓게 된 이지는 회사까지 사표를 내고 명의를 찾아 알래스카로 떠난다. 무심한 듯 친절한 알래스카 주변인들 때문에 인류애를 다룬 소설인가 .. 2023. 4. 13. 비온 뒤 맑음 - 조규미 작가의 '똑같은 얼굴'을 읽고 조규미 작가님은 청소년 소설을 전문으로 쓰시는 분이다. A. 창작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과 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접해보지 못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에는 자꾸만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질문을 하게 되더군요. 마치 답안지라도 제출해야 하는 것처럼요. 그 때 생각한 대답이 ‘변화’였습니다...저의 글이 어린 독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 소망.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640814&memberNo=1019021 신작 ‘똑같은 얼굴’은 학교와 청소년에 대한 묘사가 꽤 사실적인 소설이다. .. 2023. 4. 13. 자매는 용감했다 - 사라진 소녀들의 숲(The forest of stolen girls) – 허주은(유혜인 옮김) 15세기 초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열세 명의 소녀들이 실종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가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민종사관)를 찾기 위한 딸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아버지를 닮아 수사관의 피가 흐르는 큰딸 민환이와 신내림을 받고 제주에서 무당인 노경심방과 함께 사는 민매월 두 자매가 목숨을 걸고 범인을 추격한다. 이 과정에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절되었던 자매들의 화해와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용서를 그리고 있다. 고려 시대 공녀 제도를 바탕으로 내 딸이 끌려가지 않으려면 남의 딸을 잡아다 바쳐야 했던 잔혹한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광활하고 야성적인 제주도의 풍경이 살인 사건을 추격하는 과정에 생동감과 긴장감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범인으로 추리.. 2023. 2. 13. 사람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 ‘나를 위한 노래’ 이석원 산문집을 읽고/마음산책 이석원 작가는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삶의 표본은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덕후’였다가 우연한 계기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허상의 밴드를 진짜로 만들어 가수로 데뷔 후 줄곧 마이너의 삶을 살고 있다. 무엇이 이 사람의 책과 강연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올해 53세, 꼰대가 되어도 실컷 되었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반짝이는 참신함의 젊음이 아니라 경직되지 않은 사고의 젊음을 갖고 있기에 그의 말 한마디와 글들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구속받지 않고 살아온 자유로운 삶이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인생을 많이 살아본 자들의 ‘라테는 말이야’는 아닌데 곰곰 들여다보면 결국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는 점에서 '라테'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 2023. 1. 8.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최영희 소설집 '너만 모르는 엔딩' 을 읽고 2013년 제1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2015년 제8회 창비청소년 문학상 등 수상 이력이 화려한 작가이다. 통통 튀는 유쾌한 소설집의 분위기 덕분에 신진 작가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견 작가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외계인들이 두려워하는 비밀 병기가 ‘대한민국 중딩’이라는 설정의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청소년 필수품 삼선 슬리퍼에 인류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임설미」, 미래의 배우자를 외계인의 영험을 통해 바꾸려는 「너만 모르는 엔딩」, 학교폭력 피해자에서 사이버 웨어를 입고 인간 병기가 되는 「그날의 인간 병기」, 대체 인간 미카의 삶을 다룬 「알파에게 가는 길」 등 총 5편이 실려 있는 SF 소설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편을 꼽자면 「그날의 인간 병기」로 일진에게 PC방 비용.. 2023. 1. 7. 미래를 알 수 있다면 - 전성현 소설집 ‘데스 타이머’를 읽고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전성현 작가의 청소년 소설이다. 총 7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편을 꼽자면 책 제목이기도 한 ‘데스 타이머’이다. 미래의 어느 날 사람들은 각자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남은 수명이 표시되는 시계를 차고 다닌다. 나이, 성별, 음주, 학교 성적, 가치관, 부모님의 직업과 지역 등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여생을 알 수 있다. 2박 3일간의 별자리 캠프에 참가한 유림이와 친구들에게 데스 타이머의 예측 수명이 4년, 3년으로 줄어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심지어 유림이의 데스 타이머에는 ‘D-day, 1일’이라는 문구가 뜨는데, 유림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의 전개상의 특징은 각각의 단편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2022. 12. 12. 31. 남편의 레시피 '브런치북 대상'을 받고 작가 활동을 시작한 배지영 작가님의 에세이집이다.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가 아닐까 짐작된다. 요리를 못해서 안 하고, 안 하니까 못하는 사람, 차려주는 밥의 위대함을 '소년의 레시피, '남편의 레시피'에 담았다. 시아버지부터 시작된 집안 남자들의 요리 이야기로 음식 하나에 담긴 소소한 일상을 들려준다. 책 앞부분은 1950년대부터 요리를 잘했다는 시아버지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도 집안일 중 여자들만의 영역으로 당연시되는 요리를 일찍부터 맡아하셨다고 한다.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세대의 요리 이야기에 깜짝 놀라고 그렇게 가족을 위해 무한한 사랑을 베푸신 분이 향년 84세로 돌아가셨다니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뭔가 이런 다정한 아버지를 곁에 두고 화목한 가정 이야기가 쭉.. 2022. 11. 30. 30. 클로버 읽자마자 굉장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온다. 고양이로 분한 악마의 등장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겨우 프롤로그 두 장 넘겼을 뿐인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원을 사는 악마가 불우한 가정의 주인공 정인을 흑화 시키려 애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인공은 온갖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신념을 지니고 있으니...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함께 살며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 앞가림은 해내는 철이 잔뜩 든 정인, 불만족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법을 일찍 깨우쳐서인지 큰 욕심도 불평도 없다. 만약 악마의 제안에 나는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고 빌까? 긍정이건 부정이건 아마 한 두 가지가 아닐 것 같은데 정인이 같은 정의감과 신념은 어떻게 키울 수 .. 2022. 10. 3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