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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굉장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온다. 고양이로 분한 악마의 등장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겨우 프롤로그 두 장 넘겼을 뿐인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원을 사는 악마가 불우한 가정의 주인공 정인을 흑화 시키려 애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인공은 온갖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신념을 지니고 있으니...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함께 살며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 앞가림은 해내는 철이 잔뜩 든 정인, 불만족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법을 일찍 깨우쳐서인지 큰 욕심도 불평도 없다.

만약 악마의 제안에 나는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고 빌까? 긍정이건 부정이건 아마 한 두 가지가 아닐 것 같은데 정인이 같은 정의감과 신념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걸까 궁금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리타분할지 몰라도 근면 성실함 같다. 내 분수껏 최선을 다하는 것,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능력만큼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세상에 공짜란 없고 쉽게 이룰 수 있는 성취란 없다는 것을 절로 배우게 하는 것 같다. 결국 근면 성실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자신의 삶을 고귀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창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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