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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책

소년의 레시피

by 짜오푸신 202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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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작가님의 '남편의 레시피'를 재밌게 읽고 전작인 '소년의 레시피'를 꼭 읽어야지 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됐다. 

 

 

 

 

 

31. 남편의 레시피

'브런치북 대상'을 받고 작가 활동을 시작한 배지영 작가님의 에세이집이다.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가 아닐까 짐작된다. 요리를 못해서 안 하고, 안 하니까 못하는 사람, 차려주는 밥의 위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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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아빠를 빼닮아 고등학교 '야자' 대신 저녁 밥을 짓는 작가님의 아들 이야기다.

책에 등장하는 아들 친구들 말처럼 정말 멋지다.

 

p.178
"제가 먼저 제규한테 '너 요리하는 거 먹어봐도 되냐'하고 물어봐서 따라온 거예요. 직접 먹어보니까 훨씬 맛있어요. 집에 와서 보니까 학교에서 보는 제규랑은 달라요. 진짜 사람이 멋있어요."

 

 

 

부모들은 자식에게  '잘하는 게 없으니 공부를 해라', '공부를 하면 길이 열린다' 따위의 말을 쉽게 한다.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방황할 시간을 주지도 않으면서 경주마처럼 아무 생각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한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사는 것도 다양한 인생사 중 하나겠지만 공부의 본질, 그 숭고한 가치를 잃어버린 세태에 염증을 느낄 정도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결코 멋있기만 한 일은 아니다. 자기몫으로 온전히 감내해할 당사자뿐 아니라 그걸 지켜봐야 하는 인생 선배인 부모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뭐라하건 불안함을 감추며 묵묵히 지켜봐줬을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찡했다.

p.247
어떤 이는 "요리하려면 최소 전문대는 다녀야 하고, 영어도  꼭 공부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p.223
어른이 된 제규가 우리 동네에 같이 산다면 좋을 것 같다.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뿌듯함 그 자체겠지....그러나 한국의 주방에서 일한다는 건 참고 견뎌야 할 것들 투성이....다행이라면, 제규는 앞날을 생각하며 근심걱정에 휩싸이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산다. 

 

 

유한한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뭔지를 깨달은 자들의 우직함이 감동적이다. 

p.186
"엄마, 시간이 여기서 평생 안 지났으면 좋겠어요. (울컥) 엄마 아빠가 늙는 게 싫어."

누구나 시간을 멈추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 간절한 임무를 완수한 사람이 있었던가, 없다. 삶은 유한하다는 아픈 진리만이 사람들을 각성시켰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버지 강호병 님은, 남편 강성옥은, 식구들에게 밥상을 차리는 걸로 당신들의 생각을 구현하고 있다. 제규도 그 세계에 한 발짝 들어선 것 같다. 

 

 

 

 

동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스스로 그 길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부모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p.242
나는 제규가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다. 어차피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며 사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 다그치지 않을 것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면, 덴마크 청년들처럼 대해줄 거다. 그들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자기 진로를 찾도록 정부에서 활동비를 대준다고 한다. 나도 그럴 거다. 입시학원에 안 보내고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까. 

 

 

 

*  '윤고은의 EBS 북 카페'에서 '소년의 레시피'의 주인공 강제규가 쓴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가 소개됐다. 듣자마자 바로 주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밥을 차려주던 멋진 강제규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의 인생 레시피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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