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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 만큼 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리는 작가도 드문 것 같다. 작품보다 작가 삶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지영 작가가 좋다. 온갖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본 경험들을 숨기지 않는다. 누가 더 비참한가 내기를 하면 1등을 놓치지 않을 사연 많은 삶을 고스란히 글로 표현한다.

남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그속에서도 자신을 놓치 않았다는 것은 정말 용기 있고 강한 사람만이 가능한 경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사람의 불행에 비해 낫지'라는 상대적 우월감식의 위로가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내는 그 강인함에 내 삶을 직면하게 한다.

내가 정형화 시킨 사회적 내 모습,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여러가지 평가들 중 마음에 드는 소리에 맞춘 내 모습이랄까
'씩씩하고 에너지 넘치고 도전적이고 책무성이 강하고 술 잘마시고 화끈하고 진실되고 사람 좋고' 등등이 과연 진짜 내 모습이었을까? 그 모습에 맞춰 살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내면에 갑옷을 입혀 살아왔던걸까. 이제 갑옷을 벗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답을 얻게 된 책이다.
p.125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무엇을 원하나? 당신의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말고, 당신은 스스로를 누구라고 생각하나? |
p.161 한 번뿐인 내 인생 이렇게 살다가 가기 싫다 하고 마음먹은 이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겠다 마음먹은 이후, 내게 또 하나의 변화가 찾아왔는데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람들과 우정을 맺지 않는 것을 물론이고 사소한 사적 관계도 끊어내는 일이었다. 나중에는 전화나 문자도 받지 않았다.... “언니 그러면 주변에 사람 아무도 남지 않을 거예요. 그걸 다 끊어내면 혼자 남아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그런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나 자신을 폄하하는 말들과 괴로워하며 싸우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나아요.” |
p.285 나는 이제 고통이 오면 생각한다. ‘끙! 뭐 또 왔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지나가 주게.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끝나면 뭔가가 오긴 오겠군. 그러니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기다리며 기쁘게 이걸 맞이해보자.’ 내가 기쁘다면 고통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것에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애쓸 수는 있다. 실제로 정직하게 맞이한 고통이 내게 실망을 준 적은 없다. 언제나 문제는 자기 속임수, 자기기만일 것이다. |
p.301 오직 오늘뿐, 오직 지금뿐, 나는 내일의 일에 대해서는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저 모를 뿐이라는 걸 다시 상기했다. 다만 감사하고 경탄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되리라. |
p.319 산다는 건 정말이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이 허무가 내 욕심을 버리게 하고 내 집착을 끊어낸다는 거다. 길지 않다. 그러므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내야 한다. |
p.320 제게는 그런 친구가 있어요. 바로 여기 있는 이 책들, 조용한 시간의 기도들 그리고 나 자신. 그렇게 내가 나 자신의 친구가 된 이후 나는 진정으로 다른 이들과 우정을 맺을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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