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1 20. 모로의 내일 중 선택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다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6개의 작품 중 이선주 작가님의 ‘선택’이 특히 그랬다. 진짜 같았다. 소설 같기도 수필 같기도 한 직설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이 청소년 소설 작가가 되어 독자에게 항의 메일을 받고 심란해하던 차 어떻게 자신이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됐는지 회상하는 현재와 과거의 두 이야기이다. 글쓰기 수행평가 때문에 보험 설계를 하는 엄마의 하루를 따라갔다 엄마의 사회적인 모습을 처음 목격하게 된다. 집에서는 늘 저녁 먹고 나면 드러누워 연속극만 기다리는 무기력해 보이던 엄마가 보험을 하나라도 더 계약하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는 모습에 놀란다. 엄마도 그냥 사람이라는 걸 일찍(?) 깨닫게 된다. p.13 저.. 2022. 8. 26. 19. 통영 예술기행 책장을 덮으며 소름이 돋았다. 눈물도 핑 돌았고, 통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그리움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뭉클했다.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지역 탐색 소재 찾기 정도로 접근했던 책이 이토록 마음을 무겁게 만들 줄 몰랐다. p.255 깊은 병환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까지도 윤이상은 고향 통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끝내 그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운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의 섬 욕지도 근처까지 와 통영을 보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바다 너머 있는 통영 땅을 향해 "충무 시민 여러분, 윤이상입니다."라고 외쳤던 음성이 녹음 파일로 남아 있는데, 가슴 깊은 곳 그리움을 통해내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아리게 만듭니다. 지금 이곳에서 산 .. 2022. 8. 25. 18. 피프티 피플 요즘 따라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꼭 찝찝한 기분이 든다. 후천적 외향형임을 다시 느낄 정도다. 우선 안 해야 할 말을 한 건 아닌지 자꾸 되돌아보거나 상대방의 과한 적극성에 혼자 불쾌해한다. 특히 싫어하는 유형은 마치 자기만 옳고 다 아는 것처럼 상대방의 말마다 "그게 아니고, 나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형들이다. 어울려 수다떨기를 좋아하지만 마음껏 대화에 동참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반면 서로 자기 말만 하느라 중간에 끊고 들어가지 않으면 말할 기회도 못 얻는 자리도 있다. 발언권 독점이 그렇게 좋은지 후천적 외향인은 조용히 내향인의 가면을 꺼내 쓰고 앉아 있다가 온다. 나이가 들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도 잘 대처하고 적응할 줄 알았는데 가면 갈수록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 문제는 이.. 2022. 8. 23. 17.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최근 젊은 유튜버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듣고 한참 마음이 아팠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2,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애가 있는 부모님 봉양과 대학 공부에 길고양이 돌보기까지 너무도 치열하게 살아냈던 2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25만 명이 영상을 통한 그녀의 소탈하고 성실한 일상에 감동과 찬사를 보냈었는데 무엇이 그녀에게 삶에 미련 하나 남기지 못하게 했을까? 가난을 팔아 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던 강이슬 작가님처럼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안 느끼한 산문집] 강이슬 p.158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 담배를 한 대 태우는 동안 가난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차고 넘치게 품은 이 가난을 싼값에라도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결국 어렸을 때 처절한 결.. 2022. 8. 17. 16.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유명해지기 전 동네서점에서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 평소 다정도 병인 양 세상에 이해 못할 사람은 없다는 온정주의로 살다보니 내 세계관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긴 시간 짬짬히 읽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자연과학+사회과학의 짬뽕이 이렇게 쉽게 재밌게 읽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survival of frendliest"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p.300 2022. 8. 17. 15. 아빠의 교육법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에게 사준 책. 몇 장 넘겨보더니 이런 책은 읽기 싫다며 반납. 독서가 습관이 아닌 사람에게 책을 권할 때는 딱 그 사람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됨. 결국 내가 읽게 됐는데 이 책은 정말 아빠들이 꼭 읽어야 한다.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고도 했는데 자신도 훌륭한 사람이 못되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한들 말이 먹히겠는가. 게다가 훌륭한 사람에 대한 뚜렷한 기준도 없으면서 사랑을 빙자한 잔소리만 해댄다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는커녕 어서 지긋지긋한 집을 탈출하고 싶게 만들 것 같다. 거실 교육법이 실천하기에 딱 좋다. 수학 문제집 풀어라 해놓고 자기 방에 앉아 무얼하든 공부를 하겠거니 내버려둔다. 수시로 폰을 보다 패.. 2022. 8. 14. 14. 바깥은 준비됐어 아이의 방학을 맞아 1주일짜리 작곡 체험을 보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취미삼아 음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혹시 음악적 재능이 있지 않을까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신청해 보자고 어렵게 설득시켰다. 6학년이 되고부터는 매사에 시큰둥이다. 이걸 왜 해야 하느냐는 당위를 자꾸 따지는데 속으로 참을 인을 새기며 이성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은 엄마 눈치를 보며 밉보이기는 싫은지 결국은 해보겠다며 따라준다. 언제까지 갈는지...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담은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부모와 아이 중 누가 더 클지 자각하게 되었다. 부모의 불안함보다 더 큰 것이 당사자인 아이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 마음 모르는 척 마치 빚쟁이라도 된 양 이렇게 키웠는데(=투자.. 2022. 8. 13. 13. 🌊 클럽 창작과비평 제8장with 녹색연합 (바다생물 보호하기) 사소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꼰대스럽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쾌적한 환경에 살게 되었다고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못하게 됐을까? 너무 무더울 때 에어컨을 잠시 트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습도 또한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 되어 한여름 차갑고 뽀송한 공기 속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최고의 쾌락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북클럽 회원으로 신청하면 창작과비평 계간지를 받아볼 수 있는데 이번 여름호에는 에코미션이 있다. 창비 스위치 Story with Changbi 창비 스위치 Story with Changbi 나와 세상을 밝히는 이야기, 창비 스위치! 클럽 창작과비평, 온라인 북클럽, 작가 연재, 서평단 이벤트를 제공하는 종합 독서 체험 플랫폼입니다. swit.. 2022. 8. 12. 12. 창작과비평 여름호 수령 및 시 리뷰 지난 봄호의 벼락치기 읽기와 달리 조금이라도 꾸준히 읽자를 목표로 정해 여름호를 시간날 때마다 차근차근 읽고 있다. 김영승 시인이 쓴 '책을 너무 많이 버렸네'가 독서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라 웃음이 났다. 책을 너무 많이 버렸네 인용할려고 보니 책이 없다 버렸나? . . . 아마도 비 오는 밤 새벽에 버린 것 같은데 비 오는 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더욱 실소하게 만들었다. 책 읽기 건 글쓰기 건 뭔가에 몰두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지만 딱히 성과는 없고 비는 내리고 이건 뭐 하는 짓인가 허탈해하며 분풀이 겸 기분 전환 겸 책장을 정리했을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 일기처럼 수필처럼 써 내려간 이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 등이 .. 2022. 8. 11. 11. 판사 유감 학창 시절에 공부를 참 안 했다. 시험과 성적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눈 질끈 감고 회피하면 그만일 뿐 그 공부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못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자신을 귀하게 여겼더라면 고되고 힘들더라도 경쟁의 치열함에 뛰어들어 봤을 텐데... 고3 입시를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미친듯해봤고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갔고 졸업 후 취업 재수를 하며 또 4당 5락의 신화를 써봤다. 남편은 학창 시절 공부를 참 잘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가는 대학도 나왔고 무엇이 되겠다는 야망 때문이 아니라 일찍부터 자기애가 강했던 것 같다. 최근의 둘을 비교하자면 딱 필요한 만큼만 공부를 했던 나는 지금도 공부에 목말라하고 늘 책을 가까이하는 반면 대학 졸업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남편은 이제 공부를 하지 .. 2022. 8. 8. 이전 1 2 3 4 5 6 다음